간호사는 꼭 병원에서만 일해야 할까요?(feat. 탈임상)

안녕하세요, 은디리입니다. 

이 얘기를 시작하려면 제 소개를 먼저 해야 하는데요. 저는 4년제 간호학과를 졸업하고 임상에서 2년을 근무했습니다. 이후 병동에서 3교대를 근무하기보다는 안정적이고, 근무시간이 정해져 있는 업무를 하고 싶었어요.

 

간호사로서의 보람도 있지만 다른 업무를 해보고 싶기도 했고 꼭 병원에서 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들어보셨겠지만 간호학과를 졸업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임상에서 1년 이상 근무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우리는 많은 업무에 도전해 볼 수 있어요. 저는 이 점 때문에 간호학과를 졸업한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아요.

"탈임상"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간호사 커뮤니티에서 보면 '탈임상해서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라는 글에 정보를 부탁드린다는 글이 참 많이 보여요. 누구나 워라벨을 꿈꾼다는 뜻이겠죠?

 

"탈임상"이라는 의미 자체가 병원 외에서 근무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정말 다양한 직무가 있어요. 그중에서도 저는 임상시험 직종을 선택하였고, 현재 병원에서 Data Manager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CRC였어요. 임상시험에서 실제 투약 및 채혈, 자료를 수집하는 역할이 CRC입니다. 간호사가 주로 업무를 수행하지만 요즘은 임상병리사 등 다른 과를 졸업하신 분들도 도전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 직종의 최대 단점은 4대 보험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에요. 물론 되는 곳도 요즘에는 정말 많이 늘어났어요. 하지만 대부분 4대 보험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간호사 라이선스를 걸고 투약 및 채혈을 진행하게 돼요. 저는 이 점이 매우 우려됐어요. 아무런 보장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한 번의 실수로 큰 책임을 져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되도록 CRC로 근무하기를 꿈꾼다면 적절한 급여와 4대 보험이 보장되는 곳에서 근무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이후에 우연한 기회로 Data Manager 근무를 시작했어요. 사실 보통 CRO(임상시험 수탁기관)에서는 DMA I, DMA II로 나눠서 근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데이터를 관리하기 위해 통계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DMA I, 임상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Manual로 Data를 관리하는 DAM II로 나뉘어 있는 공고를 많이 보게 돼요. 간호학과를 졸업했다면 DMA II로 도전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병원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Data를 관리하고 있어요. 평소에 Code에 대해서도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통계학과를 졸업한 선생님들과 차근차근 배워가며 근무를 시작한 지 1년이 벌써 넘었네요.

지금 하는 일에는 정말 만족하는 편이에요. 아침 8시부터 5시까지 근무하고, 야근은 거의 해본 적이 없어요. 물론 일이 몰릴 때면 어느 정도 남아서 일을 하고 가기는 했지만 흔하지 않은 경우예요. 급여도 다른 간호사들과 다르지 않게 받고 있어요. 3교대를 하지 않고 말이죠. 물론 이 직종에 합격했던 이유는 임상경험과 CRC 경력이었어요.

처음에 졸업할 때는 임상시험과 관련된 업무를 하게 될지는 상상도 못 했지만 그만큼 간호사가 여러 직종에서 근무할 수 있음을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3교대 근무, 병동 생활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실패자가 된 게 아니잖아요! 사실 제가 퇴사했을 때도 주변에서 그 좋은 직장을 왜 때려치우고 나왔냐고 얘기를 많이 들었던 것 같아요.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느낌이었거든요. 그럴수록 남의 얘기보다는 자신이 정말 힘들다면 여러 길을 찾아보세요. 언제든 길은 열려 있답니다. 하지만 그만큼 노력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도 중요하답니다:)

오늘은 거의 저의 일대기에 대해서 적어봤는데요.  

어쨌든 요약: 간호사가 꼭 병원에서 일할 필요는 없다, 간호학과를 졸업했다는 것만으로도 무궁무진한 길이 열려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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